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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 관념의 기원은 음양 관념의 발생보다 더욱 복잡한 것 같다.
오행의 성질과 그 관계는 음양보다 더욱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래
서 그 기원에 대한 해석도 더욱 신비적인 색채를 띤다.
첫째, '천' 기원설. 홍범에서는 하늘이 우왕에게 홍범구주를 내
리셨다.
오행의 기원에 관한 '신화'들이 만들어졌다. 그렇지만 그것들은 모
두 오행이 '천'에 의해 주어졌다는 견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
러한 견해는 이성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에 잠시 논의를 유
첫번째를 오행이라고 한다고 하였는데, 이에 근거하여보하겠다.
둘째, '오방' 기원설. 근대의 학자들 중에는 이 설을 지지하
는 사람도 적지 않다. 여기에서는 오행 관념이 '오방' 에 대한
은민족의 숭배에서 기원하였다고 생각한다.
또 어떤 학자는 한걸음 더 나아가 '오행' 이 구복에서 기원한
다고 추단한다. 그러나 갑골복사에는 '오'라는 수를 사용한 명칭이
많기는 하지만 오방' 이라는 명칭은 나오지 않고, '사방이라는 말
만 나온다. 이 주장에 따르면 동서 남북 '사방'에는 이미 중앙'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사방' 이나 '오방'은 명
칭'에 불과하지만 명칭의 근저에는 세계관이 깔려 있다. 일'방'의
차이를 단지 '포함되어 있다'는 식으로 지나쳐서는 안 된다. 실상
'오방' 은 오행을 방위에 배정한 결과이므로 '오방' 은 오행체계에서
파생된 것이다. 구복이나 그 조작의 순서, 또 점괘의 해석은 오히려
그 가운데 잠재해 있는 세계관과 가치 관을 표현한다. 은민족이 오'
를 숭상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오행 관
념을 낳았던 것은 아닌 것이다.
셋째, '오재' 기원설. 춘추좌씨 전 문공 7년에는 수, 화,
금, 목, 토, 곡을 육부라고 한다라는 진나라 극결의
말이 기록되어 있는데, 이것은 위작인 대우모의 기록과 유사하다.
"준추좌씨 전 양공 27년에도 하늘이 오재를 낳아 백성들이
그것을 사용하니 하나라도 없어서는 안 된다라는 자한의 말
이 실려 있고, 국어에도 선왕이 토를 금, 목,수, 화와 섞어서
많은 물건을 만들었다는 사백의 말이 실려있다.
근대의 학자들은 이러한 자료에 근거하여 오행 관념이 생활에
물가결한 다섯 가지 재료(또는 물질), 곧 '오재에서 기원한다고 보
났다. 오행에 대해 논술하고 있는 춘추좌씨전이나 국어의 다른
기사를 보아도 오행은 오재와 확실히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러
나이 뿐만 아니라 오행은 오성, 오미, 오색, 오의(Hi), 오관 등과도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춘추좌씨전이나 국어의
기사가 한대에 끼여든 것인가 아닌가는 차치하고
오재, 오성, 오미, 오색, 오의, 오관 등과 오행의 관계에 대해서만 마
하더라도 오행 관념이 '재', '성', 미', '색 등을 오행과 대응하는
다섯 가지 종류'로 규범화하고 있으며, 그 때문에 '육부' 중에서
생활에 가장 긴요한 '곡'이 제외되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오재
와 오성, 오미, 오색 등은 오행체계의 일부일 뿐이므로 오행이 오재
에서 기원하였다고 보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논의이다.
음양과 오행의 기원에 관해 지금까지 우리가 살펴본 학설들은 신
화와 유사한 '천' 기원설을 제외하면 모두 본말이 전도된 논의였다.
그것들의 근본적인 오류는 음양과 오행 관념의 지배 아래에서 이루
어진 관찰적 기술'과 '행위 경향'을 음양오행 관념의 기원으로 파
악한 것, 곧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인류의 문화적 관찰과 행
위를 관념에 앞서는 것으로 파악한 데 있다. 그러나 우리는 관념의
규범이 없으면 관찰이 무질서해지고, 행위가 맹목적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관념이 없다면 생활은 혼란에 빠질 뿐이다. 이러한 점에
서 보면 동물들도 모두 상이한 수준의 관념을 가지고 있다.
다행히도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관념을 세우려는 본능'과 경항
을 가지고 있다. 표면적으로 볼 때 인간의 원시적 경향은 태어나면
서부터 어머니의 얼굴을 다른 배경으로부터 구분하여, 조각조각으로
흩어진 한 무더기의 '무엇'이 아니라 하나의 전체로 지각한다(이것
이 이른바 '구조를 세우려는 성향' 또는 이다). 그리고 아기
의 입술이 어머니의 젖꼭지에 접촉할 때 아기는 그것을 빨아대지 밸
어내지 않는다(이것이 이른바 '동작의 구조 또는 '본능의 움직임'
이다).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원시적 경향을 기초로 인간은 기초 관념
을 형성하고, 아울러 사회적인 '교화' 를 통해 더욱 고차원적인 관념
들을 구축하면서 세계와 인생에 관한 총체적인 관념체계를 형성하기
에 이른다. 각 개인들에게는 이러한 체계가 종종 저도 모르는 사이
에 형성되며, 절대 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집단적이고 사회적인 형태
를 띤다.